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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책

인생책도 다다익선 - 『나는 문학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난다』를 읽고

by 조각모음_KIDY 2022. 8. 3.

나에게도 인생책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학교 안에서 책을 읽었다.
다른 책들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모모』와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은 생생하다.

짐 엘리엇의 『전능자의 그늘』과 엔도 슈사쿠의 『침묵』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짐 엘리엇의 명언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 라는 문장을 읽으며

전율과 충격을 받았고, 그 때 밑줄 친 이 문장은 내 인생의 문장으로 마음에 새겨졌다.

 

중학생이 된 나는 신앙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부모님의 신앙으로 교회를 다녔다면,
이제는 하나님과 내가 관계를 쌓아가는 신앙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 독서 카테고리는 자연스럽게 기독교 쪽으로 국한되어갔다.
독실한 나의 부모님은 소위 말하는 ‘세상의 책’은 보지도, 사지도 않았다.
집에는 지인에게 받은 어린이 세계 명작, 위인전, 부모님이 추천해주는 기독교 서적들이 전부였다.
교회와 가정에서 주입된 독서 편식은 도서관에서도 이어져 기독교책들이 꽂힌 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듯 나는 기독교 가정에서 잘 자란 모태 신앙인이다. 

의심하지 않고, 의문을 품지 않는. 나만 그런 10대를 보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도 교회의 가르침과 말씀 앞에서 ‘왜’라고 질문하는 것이 믿음 없는 모습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많은가? 교회는 견고한 믿음과 신앙의 터널로 그리스도인을 밀어 넣는다. 예배에 빠지지 않고, 헌금 잘하고, 담임목사 말을 잘 듣고, QT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믿음 좋은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터널 속 그리스도인은 ‘종교 중독형 인간’으로 길들여진다.

이 책의 5장 ‘나다운 나로 산다는 것’을 읽으며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같은 이들에 대해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되었다.
『배움의 발견』에 나오는 타라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5장 말미에 등장하는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의 맹목적인 신앙에서 나의 터널을 발견했다.

하나님 관련된 책 이외의 것을 읽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에
이왕 읽을 거, 세상 책을 읽기보다 기독교 서적을 선택하고
스스로 그것을 의롭게 여기는 마음.

돌이켜보면 난 신앙을 품음과 동시에 외부와 차단되어 깊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던 것은 아닐까? 

신앙생활 이외의 것을 세속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터부시했던 태도가 변화, 배움, 성장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은 아닐까? 질문해본다.

 

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자부심과 프라이드로 좁아진 내 시야는 교회가, 성경이 알려주는 게 정답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를 끌고 갔다. 내가 직접 선택하고, 질문하며 인생의 답을 찾아 나서는 우여곡절과 깊은 고민, 성찰의 과정 없이 살아가는 것. 교회라는 터널에서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이분법적인 프레임 속에 갇혀 살아갔던 것은 아니었는지.

저자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말한다.
문학은 ‘나는 안다’는 착각을 단숨에 깨뜨리는 힘이 있다고.
문학을 읽으면 겸손해진다고 말한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인생’을 배우게 된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문학을 읽으며 인생을 두 번 산다고 말한다.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거울로,
나도 몰랐던 ‘나’를 들여다보는 렌즈로 문학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문학과 신앙을 별개로 여기는 교회의 현실 속에서 문학이라는 길 위에서 
나처럼 방황하던 이들을 위해 신앙의 팻말을 들고 안내해주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문학은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며, 우리의 고민과 생각에 공감과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인생과 신앙을 일치시키며 살아가는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문학 작품을 볼 때, 이분법적인 프레임을 해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이 얼마나 기쁘고 가슴 설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내 안에 새로운 지경이 넓혀지고 믿음과 신앙이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성경 안에서만 은혜를 받고,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만 주님이 응답하신다는 틀을 벗어나니 문학뿐만 아니라 드라마, 소설, 예능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고 은혜를 받고 도전받는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폴 발레리)는 말처럼,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된다. <오징어 게임>의 기훈을 보며 다니엘을 연상하고 깨달을 힘은 획일적인 신앙교육을 지향하는 신앙 서적에서 나오지 않는다.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시각으로 성경을 읽고 또 그걸 자신의 직업과 취미나 일상 속 콘텍스트와 연결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 교회의 위기는 펜데믹이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상상력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상상이 부족하면 하나님을 외워서 알게 되고, 남의 설명만 듣게 된다”는 
저자의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고정관념과 이분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인생책을 손에 들고 싶다.

 

준준맘/ 독서와 글쓰기로 꿈꾸기 시작한 캘리그라퍼. 독서를 통해 매일 성장하며 일상을 기록하고 기록이 일상이 된 삶을 살고 있다. 선교를 꿈꾸며 평신도 남편, 치명적인 귀여움의 소유자 아들 둘과 함께 현재 교회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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