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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상6

모두 선택할 수는 없을까? 얼마 전 ‘작은 아씨들(2020)’이라는 영화를 봤다. 네 딸들 중 작가를 꿈꾸던 조(시얼샤 로넌)이 울면서 어머니한테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조가 이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영화에서는 결국 조도 여성으로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는 부분에서 그 한계를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내 옆에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솔직한 마음으로 보였다. 물론 의지하며 함께 갈 사람이 꼭 배우자일 필요는 없지만, 조는 그 순간만큼은 배우자를 바라고 있었고 조를 바라보는 나도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의 대사가 사무치게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야기에서 조는 결혼을 하지만, 이야기의 작가인 조는 결혼을.. 2021. 1. 7.
죽음의 수용소에서 만난 환대 어릴 적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찾아보다가 언젠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생각해두다가 대학교 4학년 때, 폴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처음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가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수용소가 있던 아우슈비츠 근처에 크라쿠프라는 도시에 숙소를 잡고, 오슈비엥침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아우슈비츠는 독일 나치가 독일식으로 바꾼 이름이고, 원래 그 지역의 폴란드식 이름은 오슈비엥침이라고 한다.) 회사 점퍼를 입은 인도 아저씨 옆에 앉게 되었는데, 오슈비엥침으로 가는 90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되었다. 아저씨는 세계 .. 2020. 7. 14.
별빛이 내게로 온다 중학교 3학년 여름수련회 때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이 내 삶의 큰 여정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었다. 강원도 시골에 있는 수련원을 갔는데 하루 일정을 끝내고 쉬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 운동장 한가운데 누워보니 수많은 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도 처음인데 별들 사이로 쉴 새 없이 유성우가 떨어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날은 유성우가 많이 떨어지는 날이었다고 한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페르세우스 북쪽을 시작점으로 유성우가 많이 떨어지는 때, 올해는 8월 12일 예정) 검은 도화지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은 반짝이는 별들, 그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유성우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풍경을 보고 난 뒤, 내 맘 속 깊은 곳에 별이 들어왔다. 이후.. 2020. 6. 23.
엇갈린 시선 중학생 때 있었던 일을 말해보고자 한다. 한 친구가 매우 아팠다. 심장이 약해서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약을 먹었고 쓰러지기도 자주 쓰러졌다. 어느 날은 심정지가 왔다. 약 30초 정도 심장이 멈췄었고 다행히도 친구는 병원에서 다시 일어났다. 나는 놀라서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향했고 친구는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그 웃음에 안도감이 들었는지 너무 놀랐던 가슴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참 많이 울었다. 진정되고 나서 조금 뒤에 친구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가 찾아왔다. 병원에서 목사를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교회의 성도가 아프면 찾아와서 위로도 해주고 기도도 해주고 가니까.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바로 떠나려고 하는데 목사가 친구에게 건넨 첫 말을 들었다. “○○야, 심장이 멈췄을 때 뭔가 본 게 없니?.. 2020. 6. 19.
갈비탕 먹으러 가는 길 한창 신학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무렵, 대학 때 섬긴 교회의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일 년 반 만에 전화가 온 적 있다. 정말 오랜만에 전화하셔서는 대뜸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하시며 기도하다가 우리 딸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고 하셨다.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건강해서 웬 건강 걱정을 이렇게 하시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음 날부터 일주일 정도 지독하게 위염과 장염을 앓았다. 내가 아플 걸 어떻게 아시고 전화를 하셨을까 싶어서 신기했고, 내가 떠난 지 한참 뒤에도 여전히 나를 떠올린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런 작은 사건이 생긴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내게 전화를 주셨던 목사님은 내가 만나본 목사님들 중 가장 특별한 분이다. 목사님은 내가 섬겼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셨고, 나는 .. 2020. 6. 3.
교회에 못 갔다 언제부터인지 생각해 보면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교회에 나가려 ‘노력’을 해야만 했다. 일 때문에 가지 못하고, 피곤해서 가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들이 맞물려 가지 못한다. 요새는 한 달에 많이 가야 2번? 한 번도 못갈 때도 많다. 이번 주도 교회를 못 갔다. “이 얘기를 글로 써보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어떻게 하다보니 아는 전도사님, 목사님 등 종교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제안을 처음 받아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선교단체에서 한창 봉사 했을 때 제안을 주고 받으면서 글로도 적어보고 영상 편집에 필요한 소스를 만들기도 하고, 그림과 이미지 등을 직접 제작하면서 컨텐츠가 되어 세상에 내보내진 내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많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고, ‘기록.. 202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