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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상

별빛이 내게로 온다

by 조각모음_KIDY 2020. 6. 23.

중학교 3학년 여름수련회 때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이 내 삶의 큰 여정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었다. 강원도 시골에 있는 수련원을 갔는데 하루 일정을 끝내고 쉬기 위해 또래 친구들과 운동장 한가운데 누워보니 수많은 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도 처음인데 별들 사이로 쉴 새 없이 유성우가 떨어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날은 유성우가 많이 떨어지는 날이었다고 한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페르세우스 북쪽을 시작점으로 유성우가 많이 떨어지는 때, 올해는 812일 예정)

 

검은 도화지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은 반짝이는 별들, 그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유성우의 모습은 아름다움그 자체였다. 이 풍경을 보고 난 뒤, 내 맘 속 깊은 곳에 별이 들어왔다. 이후, 나에게 이란 단순히 빛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7년이 흐른 지금, 날씨가 좋으면 카메라를 들고 별 사진을 찍으러 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하고, 대학교에서 지구과학을 배우며 지내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별은 여전히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금도 가만히 누워 별들을 보면 마치 나에게 빛으로 인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별빛들은 나를 보기위해 어떤 길을 지나왔을까. 별빛이 내게 오려면 어둠으로 가득한 드넓은 우주를 홀로 여행해야한다. 함께할 동행자조차 없는 쓸쓸한 길을 걸어야한다. 가장 가까운 별조차 4.39광년을 달려야만 지구에 도달 할 수 있다. 이렇게 먼 거리를 달려오면 지쳤을 법도 한데, 날 만나 반갑다는 듯이 아름답게 빛난다. 오직 날 보기 위해 달려와 준 별빛, 난 여기서 위로를 얻는다. 고달프고 힘든 하루, 행복한 일이 가득했던 하루, 눈뜰 새 없이 바빴던 하루에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반짝인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는 별을 잠시 잊을 때가 있다. 별빛을 가리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빛 속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가끔 다른 취미가 생겨 별 관측을 안 하기도 한다. 너무 피곤해서 잠에 들기 바쁠 때도 있다. 하늘을 바라보던 내 시선은 점점 땅을 향해 내려간다.

 

하지만 나는 안다. 별빛은 지금도 나를 위해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마음만 먹고 고개를 든다면 반겨준다는 것을, 나를 보기 위해 저 멀리부터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내 곁에서 함께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별을 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행동은 딱 하나다. 고개를 드는 것.

다들 세상살이에 지쳐 축 내려간 고개를 들어보자.

잘 왔다는 듯 별빛이 나를 비추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별빛이 내게로 온다.

 

 

 

꿈많은대학생/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싶은 20대. 하고싶은게 생기면 뒷일 생각 안하고 일단 시작함. 지금은 남해가 보고 싶어 자전거 여행 계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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